개구쟁이 스머프들이 사는 집은 버섯 모양이다. 어쩌면 버섯 모양이라기보다는 버섯집이라고 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버섯은 약하다. 쉽게 부서지고 잘려나간다. 거주공간으로 쓰기에는 무척이나 애로가 있는 집일 것이다. 그렇다면 스머프의 집은 버섯집이 아니라 버섯 모양 집이라고 해야 정확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버섯 모양 집의 모태가 되었던 곳이 바로 터키 카파도키아의 파사바 계곡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방문객을 맞아주는 세 개의 바위가 있는데 ‘세 쌍둥이 요정들의 굴뚝’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스머프만큼이나 바위 이름도 동화적이다. 파사바에는 이런 버섯 모양의 바위가 넓게 분포되어 있었는데 오랜 세월 화산재가 응축되어 생성된 응회암 지층 때문이란다. 재질이 여느 돌과는 달리 연약하고 잘 물러지기 때문에 비바람에 의한 침식이 쉽게 이루어져 생긴 결과라는 것이다. 이처럼 무른 응회암 재질은 별다른 도구나 기술이 없이도 조금만 손을 대면 원하는 형상의 물건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이유로 마치 개미집처럼 바위에 굴을 파서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검색으로 찾아보니 카파도키아의 동굴집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BC 6세기 경 이곳 카파도키아는 BC190년 로마가 마그네시아를 물리치고 승리할 때까지 페르시아의 지배를 받은 곳이다. 그 후 로마의 속주로서 11세기까지 동로마제국 사대에 동양과 서양의 문물이 만나는 실크로드의 중간 거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 곳이다. 그러나 이곳 카파도키아의 개미집 같은 동굴을 만든 주인공은 유감스럽게도 실크로드를 이동하며 교역하는 상인들이 아닌, 박해를 피해 피난 온 기독교인들이다. 기독교가 콘스탄티누스 대제에 의해 공인받기 전 로마시대는 기독교 탄압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독교에 대한 탄압이 극심했다. 박해를 피해 지하로 숨은 신자들이 이태리 카타콤베와 같은 유적들을 만들어냈 듯이, 카파도키아 지역 또한 로마시대 탄압을 피해 온 기독교인들이 몰려와 굴을 파고 신앙생활을 하면서 초기 기독교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바위 속을 파서 생활했다는 점에서는 파사바도 괴레메나 젤베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파사바가 유달리 특별한 것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스머프 집처럼 그 모양이 버섯 모양이기 때문이다. 기둥 위에 돌을 얹어놓은 듯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러한 파사바를 만든 것은 바로 바람이었다. 자연이 지금의 파사바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하지만 그 변화는 아직도 계속 진행형이라고 한다. 앞으로 수백 년이 흐른 후에 파사바는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지금과 다른 모습이 되어있을까? 물론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현재의 모습을 기억하는 것이다.
